[선셋 대로] 고전의 몰락을 그린 위대한 고전.

 

 영화의 시나리오를 썼던 조셉 길리스(윌리엄 홀덴 분)는 벌이가 좋지 않아 차까지 압류당할 위기에 처한다. 해결사들의 추격을 받던 조셉은 선셋 대로에 위치한 대저택에 숨어들었다가 그 곳의 주인이자 과거 무성영화 시절 스타인 노마 데스몬드(글로리아 스완슨 분)을 만나게 된다. 한편 노마는 조셉에게 자신이 쓴 시나리오를 보여주게 되는데...다음 영화에서 살짝 수정.

 것 참. [선셋 대로]는 참 멋진 영화입니다. SabBatH님 블로그를 찾아보니 DVD에 '클래식 스릴러'라고 적혀있다던데, 적확한 표현이 아닐 수 없습니다. [선셋 대로]는 '고전'을 다룬 영화이면서 동시에 이 후 영화사에 큰 영향을 남긴 '고전'이니까요. 그렇습니다. 포스팅 제목 말마따나, 이 영화는 고전의 몰락을 그린 위대한 고전입니다.

 박찬욱 감독이 이렇게 말한 적이 있지요. '고전이 괜히 고전이겠는가. 언제 어디서 봐도 재밌으니까 고전이지.' 저는 개인적으로 이 문장을 고전에 대한 가장 근사한 정의라고 생각합니다. 명작이라고 해서 봤다가 피 본 경우도 적지 않지만, 그렇지 않은 적이 더 많았거든요. 고전이 고전으로 남는 데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그 이유라는 녀석이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이유냐 아니냐의 문제가 있긴 하지만요.

 영화에는 이런 몰락한, 이젠 퇴물이자 고전이 된, 흑백영화의 전설인 한 여성이 나옵니다. 그녀에게도 성공 할 만한 이유는 있었을 것이에요. 몰락한 이유도 있었겠지만요. 그 이유에 대해서는 개미눈꼽만큼 설명이 나오지만, 그것은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그녀가 아직도 그 환상 속에 갇혀서 현실을 바라보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만이 중요하지요.

 그녀가 쓴 시나리오는 걸레조각이나 다름 없습니다. 애초에 그녀가 다시 영화판에 돌아가고 싶어했던 것 자체가, 훌륭한 영화를 만들기 위해서가 아닌, 맡고 싶은 배역이 있어서가 아닌 '그 화려한 조명을 다시 받고 싶기 때문'일 뿐이었으니까요. 자기 자신의 과잉에 불과했으니까요. 시나리오를 본 모두가 그녀를 비웃지만 그녀는 자신의 화려하지만 음침한 저택에 갇혀 있어 그것을 전혀 알지 못합니다.

 데뷔 초의, 고전의 주인공이었던 시절의 그녀도 그런 모습이었을까요? 모든 관심이 자기한테 쏟아지길 바라고, 자신의 출연분량이 당연히 많아야 하고, 누구나 자신을 사랑해야하고...아마 그렇지 않았겠지요. 그녀의 허영은 헐리웃이라는 화려한 은막에 의해 한껏 높이 띄어진 것의 잔영 다름 아니니까요. 그리고 이제 그녀의 허영을 한 남자가 가난이라는 이유로 상대해주면서 환상은 더더욱 커져만 갑니다.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조소와 동정 사이 그 중간 어딘가즈음에서 사건을 바라봅니다. 아, 그 남자를 향해서는 오로지 조소 뿐이지만요. 엔딩에서 보여주는 그의 태도는 어디까지나 회환이며 조소요, 동정이자 자학입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느껴지는 감정은 그렇게 복합적이며 뿌옇게 흐려지는 카메라의 렌즈는 눈물로 흐려지는 시야처럼 불분명하고 가슴 아립니다.


덧//
그런 의미에서 한국의 3류 언론사 및 인종차별주의자들은 총 맞고 풀장에서 익사할 필요가 있습니다.

덧2//
어디선가 '무성영화는 BGM도 없고 톤도 말할 수 없어서 연기력이 엄청 중요했다'거나, '목소리 때문에 유성영화 진출에 실패한 무성영화 배우들이 있다'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이것도 다 시대의 조류일까요 ^^?


by dcdc | 2007/09/22 01:59 | 내가 사랑한 B급-영화 | 트랙백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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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Beatrix at 2007/09/22 02:18
제 인생에서 베스트로 꼽는 명작 중 하나입니다. 정말 최고죠.
이 영화를 보고 나면 빌리 와일더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는. '-'
Commented by 도로시 at 2007/09/22 10:43
이상하게 고전은 눈이 잘 안가서 안 본 영화들이 많아요..
추석 명절 잘 보내세요...^^
Commented by 근엄자 at 2007/09/22 13:51
버스터 키튼의 쓸쓸한 모습에 잠깐 놀랐습니다.
Commented by 히요 at 2007/09/22 17:32
첫번째 덧// 에 폭소했습니다.
Commented by Cynic at 2007/09/23 02:02
글로리아 스완슨의 연기가 정말 소름끼쳤어요. 마지막에 살로메를 연기하면서 카메라로 점점 다가오는 씬은 무서울 정도였죠.
Commented by dcdc at 2007/09/23 03:51
Beatrix님//저야 뭐 내공이 짧으니 ^^; 더 뒤져 볼 생각입니다 :)
도로시님//저는 아는 작품이 없으니 오히려 더 고전을 보게 되더라고요. 도로시님도 추석 잘 보내세요!
근엄자님//으, 어떻게 그런 캐스팅을(까메오?) 생각해냈는지 대단하다고 생각했답니다.
히요님//사실 개그 포인트였는데 반응이 없어서 안타까웠습니다. 감사합니다!(...)
Cynic님//무서우면서도 동정할 수 밖에 없는...그런 마지막인 것 같습니다.으, 저는 총을 손에 쥐는 장면서부터 계속 소름 돋더라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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