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1월 29일
그야 내 알 바 아니지만
뉴스에 나오는 일들은 대부분 다 막연합니다. 어차피 제 사정도 아닌 걸요. 고작 일개 학생 한명이 국가지사 하나 하나와 직접적으로 자세히, 깊게 연관되기가 어디 흔한 일이겠어요. 세상일 다반사가 결국 저랑 부딪칠 일 없는 것이고 들리는 이야기는 남이야기 뿐입니다. TV를 보세요. 거기서 저와 연관된 사람이 나오기나 하는지, 저랑 상관있는 일이 진행되는지 생각해보면 만무하잖아요.
그러나, 우리는 TV를 봅니다. 소설도 보고요. 영화도 보고 만화도 보고...다 남 이야기지만 우리는 그 속에 푹 빠져서 헤어나오지를 못합니다. 브라운관 속 인물이 웃으면 같이 따라 웃고, 소설의 주인공이 벽을 치며 울면 화가 나고, 하얀 천에 비춰지는 아름다운 이의 모습에 눈물도 흘리고 어쩌면 우리네 대부분의 감정을 '남 일'에서 느끼고 있는 것 같은 요즘 시대입니다.
생각해보면 다 남일인데. 어지간해선 나랑 관련있는 사람 이야기도 아닌데. 그런데도 우리는 그 작품 속 인물들에게 공감하고 동질감을 느끼며, 심한 경우 사랑의 감정까지 느끼고 맙니다. 폴 인 러브, 폴 인 필름.
그 방법이란 참으로 다양합니다. 일단 아주 완벽하게 현실을 그대로 복사하는 방법이 있겠지요. 현실 그대로를 무대로 삼고, 현실적인 배경을 잡고, 현실적인 사람들을 등장시키거나 말이죠. 또는 극단적인 모습을 보여주면서, 과잉된 현실을 보여주면서 도식화된, 실제로는 비현실적임에도 현실적인 현실의 적나라함을 보여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어쩌면 이것이 현실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함으로써 현실을 느끼게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작품과 현실의 괴리를 느끼게 하면서 말이지요.
이제는 더 이상 진짜같은 가짜를 만드는 것은 전혀 충격적이지 않은 것 같습니다. 너무 진짜 같아서 도리어 가짜같은 역설이랄까요. 이 역설 속에서의 해답은 무언가 명확하지 않는, 자세히 보이지 않는 무언가만을 제시함입니다. 진짜와 진짜 사이의 간극. 이 텅빔, 공백에서 우리는 현실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발견합니다. 음모론은 그래서 즐거워요. 명확하지 않은, 정체 모를 것의 파편 속에서 '무언가 있다'라는 것이 우리 바로 앞의 생생한 현실보다 더 실감나니까요. 그 공백에는 무엇이든 들어갈 수 있고, 무엇도 아니며, 오로지 무엇입니다. 그렇기에 공백의 커튼을 들춰내는 것은 흥이 깨지는 일이지요. 떡밥은 떡밥으로만 남아야 합니다.
우리네 현실은 사실 명확하지 않아요. 1080p 화면이 아니거든요. 일상에는 딱딱 떨어지는 카메라 워크도 없고 BGM도 없으며 상징적 인물들이 도식적으로 움직이지도 않아요. 이미 환상은 현실을 가로질러 저 너머에-너무나 현실같은 현실에- 가버린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환상은 도리어 그 위세가 추락할 수록 현실로 다가와요.-물론 위세가 올라가는 것 '또한' 현실로 다가갑니다, 여전히.- 그리고 이 추락을 가장한 상승은 환상이 이제 지구 한바퀴를 빙 둘러 우리를 또 한번 추월하려는 것 다름 아닙니다. 무수한 간극들을 통해서 말이지요.
[괴물]을 보고 난 후 앞으로의 괴수영화들은 필시 [괴물]의 아류, 변주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는데 기쁘게도 이 기대가 현실로, 아니 현실을 초월한 것 같습니다. 꿈꾸던 것보다도 훨씬 더 멋진 현실로 말이지요. 어쩜 이리 발칙할 정도로 '나는 현실이야'라고 말하는 환상이 나왔나 내내 낄낄대기 바빴습니다. 충격님 말씀처럼 극사실풍 괴수 체험 어트랙션 그 자체더군요. 9.11 이후 [고스트버스터즈2]의 그녀의 죽음을 받아들이게 된 뉴욕도 흥미롭지만 역시 이 놀이기구로의 순수한 재미가 가장 인상적입니다. 이리 각방면으로 무수한 떡밥을 던지는 영화도 흔치 않을 것 같습니다.

일본으로 떠나는 롭을 위한 뉴욕시내의 송별 파티장. 친구 허드는 떠나는 롭에게 전할 마지막 인사를 캠코더에 담느라 분주하다. 파티의 분위기가 무르익을 무렵, 어디선가 알 수 없는 괴성이 들려오며 파티장은 순식간에 암흑에 휩싸이고, 지진이 발생한 듯 도시 전체가 요란하게 흔들린다. 당황한 일행 중 누군가가 급히 TV를 켜자, 뉴스에서는 ‘정체불명의 거대괴물이 맨해튼 시내를 무자비하게 파괴하고 있다! 즉시 대피하라!’는 뉴스만이 반복된다.-네이버 영화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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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y | 2008/01/29 03:04 | 내가 사랑한 B급-영화 | 트랙백(1)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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