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격자] 목소리 큰 놈이 이기니까 좋냐?

 

 출장안마소를 운영하는 전직 형사 중호. 최근 데리고 있던 여자들이 사라지는 일이 발생하고, 조금 전 나간 미진을 불러낸 손님의 전화 번호와 사라진 여자들이 마지막으로 통화한 번호가 일치함을 알아낸다. 미진을 찾아 헤매던 중 우연히 영민과 마주친 중호. 옷에 묻은 피를 보고 영민이 바로 그놈인 것을 직감하고 추격 끝에 그를 붙잡는다. 그러나 영민을 잡아둘 수 있는 증거는 아무것도 없다. 공세우기에 혈안이 된 경찰은 미진의 생사보다는 증거를 찾기에만 급급하고, 중호는 미진을 찾아 나서는데…다음에서 살짝 수정.

 영화는 반말과 존대의 묘한 구분이 강조됩니다. 누가 권력의 위에 서 있느냐를 보여주는 것이 바로 이 존대와 반말의 차이지요. 대화가 소통이 아닌 권력관계라는 것입니다. 결국 누가 더 목소리가 크냐 힘이 세냐가 상황의 흐름을 결정하고-해결하는 것이 절대 아니죠-작은 목소리의 살인자와 피해자(즉 중요한 핵심 자체가) 들리지 않게 됩니다. 그리고 어쩌면 당연하게도 중호가 할 수 있는 것은 다시 자신의 목소리를 키우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그가 만약 남의 이야기를 들었다면, 명령을 내리지 않았다면 일이 이렇게 커지지 않았겠지만요.

 사건을 키운 것은 큰 목소리였습니다. 중호는 미진이 아프다는 이야기도 듣지 않았고 경찰들의 손에서 벗어나 도망치는 때에 울리는 벨소리에도 귀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경찰들 역시 중호의 말을 전혀 듣지 않습니다. 언제나 상급자는 하급자의 말을 끊고 자신 목소리만을 크게 하여 되풀이할 뿐입니다. 답답함은 커질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런 권력관계, 이런 법칙으로 영화는 진행되기에 현실공식에서 어긋나 있는 것으로 보이기까지 합니다. (그렇기에 아래 링크한 lyh1999님의 부조리극이라는 설명은 확실히 핵심을 찌른 지적입니다)

 가해자는 속삭이듯 말하고 피해자의 신음소리는 너무 작습니다. [추격자]의 교훈은 단 하나입니다. '그래, 목소리 큰 놈이 이기니까 좋냐?' 아래 글에서도 적었지만, 여기서 더럽고 폭력적인, 개새끼인 싸구려 인간 중호가 주인공인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그만이 그 작은 목소리를 '들은' 인간이기 때문입니다. 그는 이 작은 소리를 들었기에 유일하게 자기반성을 하고 책임을 느끼며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이 비극을 해결할 정의의 슈퍼맨이 아닌, 비극에 일말의 책임을 가진 채무자이자 도피하지 않는 주체로서 도시를 질주합니다.


덧//
아래 글로는 부족해서 조금 더 집어넣어서 정리. 으, 원래 오늘은 꼭 사형제도반대 관련해서 글을 쓸 생각이었는데 내일로 미뤄야겠군요 ㅠ_ㅠ; 아아 히키코모리가 되고 싶다!! 이미 반은 그렇지만!!

덧2//
아까 글로 다른 분 블로그에 트랙백을 걸었으니 이 글에선 굳이 걸지 않겠습니다. 공해가 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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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cdc | 2008/03/26 01:49 | 내가 사랑한 B급-영화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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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Ranbel at 2008/03/26 18:29
큰 목소리와 작은 목소리의 대비라니, 흥미로운 집중이네요. 잘 봤습니다.^^
Commented by dcdc at 2008/03/29 00:20
감사합니다 ㅋ 전 그 존대 반대 구분이 너무 재밌더라고요. 특히나 오좆처럼 존댓말만 쓰는 깜찍한(...) 캐릭터는 정말이지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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