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센터니얼 챈슬러] 이천박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을 위로하며.

 

 새로 집권한 총통 보기가 역겨워 그의 재임 기간 동안 동면에 들어가기로 한 부부. 깨어나면 정권이 바뀌어 있을 줄 알았는데…, 배명훈의〈바이센터니얼 챈슬러>는 정치의 계절, 총선 시즌을 앞둔 장르 팬들을 위한 우화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피곤한 이천박 정권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던지는 아주 짤막한, 하지만 거대한 농담.-[판타스틱] 소개글에 덧붙임.

 렛츠리뷰 당첨으로 [판타스틱] 5월호가 지금 모니터 옆에 놓여있습니다만 ^^; 아니, 4월호 리뷰를 해야 되는 줄 알고 책 도착하는 날까지 [바이센터니얼 챈슬러]의 감상을 미뤄둔 제 입장이 뭐가 됩니까! 히히 뭐긴 뭐겠어요 대박 터진거지(...). 어쨌든 [판타스틱] 5월호 리뷰에 앞서 4월호에 실린 배명훈의 [바이센터니얼 챈슬러]에 대한 잡담을 좀 하겠습니다. 5월호 리뷰는 천천히 :)

 [바이센터니얼 챈슬러]의 소재는 간단합니다. '어휴, 자고 일어나면 저 새끼가 사라져 있었음 좋겠다!' 여기서 저 새끼가 어느 새낀지야 다 아는 새끼니 음음. 이런 짤막한 농담은 SF의 거대한 상상력과 결합되어 거대한 서사로 진화합니다. 새로 당선된 애가 싫어-> 옆에 인공동면기계가 있네?->좋아 그 놈 임기 끝날 때까지 자자.

 단순한 도피성 농담이 SF의 세계관을 통해 현실로 자리매김을, 아니 현실을 뛰어넘는 과잉된 모습으로 뒤바뀌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농담이 현실에 우뚝 일어설 때 우리가 느끼는 감정은 경악에 가까운 희열입니다. 도피라고 탓하지는 마세요. 이미 우리네 현실은-그러니까 뉴스채널에서 나오는 개소리들은- 우리에게 희열에 가까운 경악을 강요하고 있잖아요.

 더욱이 [바이센터니얼 챈슬러]의 도피는 일사천리 손 쉬운 '아 거 영 X같으면 이민 가지 뭐' 수준처럼 만만하지도 않습니다. '거리로 나가 화염병을 던지자!'하는 식의 선동도 아니구요. 이 소설은 세기의 차원을 넘나드는 거대한 농담에 불과합니다. 이천박시대 싸워나가야 할 우리 이웃들에게 무엇보다 더 절실한 그것. [바이센터니얼 챈슬러]은 이 삭막한 시대에 단비 같은 농담입니다 :)


덧//
어찌 블로그가 안티천박 블로그로 바뀌는 느낌이 -_-;

덧2//
5월호 이야기는 없지만 렛츠리뷰에 올려놓긴 하겠습니다. 물론 5월호 내용도 쓸겁니다 :)


렛츠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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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cdc | 2008/05/11 22:09 | 내가 사랑한 B급-도서 | 트랙백 | 덧글(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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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히카리 at 2008/05/11 22:43
이거 웹에서 읽었는데 재밌더군요.
Commented by 자유의지 at 2008/05/11 23:05
이런 잡지도 있군요. 요즘 SF 소설에 관심이 있는데 초보 SF 독자를 위해 추천 좀… -ㅅ-;;
Commented by 작은시다모 at 2008/05/12 02:57
이런 식으로 싫음을 표현할 수도 있구나 하며 읽으며 엄청 웃었던 기억이 납니다.
Commented by 에쿠 at 2008/05/13 01:52
저도 이 작품 정간실에서 재밌게 봤는데 하하하
Commented by dcdc at 2008/05/13 01:53
히카리님//멋진 작품이지요 +_+
자유의지님//191970님이 정리하신 http://c191970.egloos.com/1396043 포스팅에서 한번 찾아보심이 ^^? 저 개인적으로는 아이작 아시모프의 재기발랄한 단편들과 필립 k 딕의 기발한 아이디어들로 가득한 단편들, 더글라스 아담스의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같은 유머러스한 장편을 좋아한답니다 :)
작은시다모님//그렇지요. 얼마나 질색팔색을하면 이렇게까지 OTL
에쿠//정간실은 진짜 좀 짱임...1학년 때부터 내 마음의 안식처 ㅠ_ㅠ
Commented by 에쿠 at 2008/05/13 01:56
전 정간실에서 GQ를 보며 마음의 안식을 얻습니다.
훈남이 가득해요. 눈이 정화돼요.
Commented by dcdc at 2008/05/13 01:58
내가 과학동아를 보면서 안식을 얻을 때 너는 GO를 보는구나...나 완전 불쌍한 것 같음...
Commented by Asuka_불의넋 at 2008/05/13 11:54
다음에 서점에서 사 봐야겠습니다.;
Commented by dcdc at 2008/05/13 23:33
ㅎ과월호니까 근처 도서관을 찾아보셔야 할 것 같아요 ^^;
Commented by 뭔산 at 2008/05/14 03:32
이거 매력적인데요? ' ㅂ'....
근데 왠지 몇십년쯤 자고 일어나면 상황이 '12몽키즈'급이 되어있지 않을까 싶어요.

저도 필립 K. 딕의 단편을 무척 좋아해요. 높은 성의 사나이는 동네 도서관에서 간신히 구해서 읽었지만 재미가 그렇게 있지는 않더군요.
Commented by dcdc at 2008/05/14 03:44
어떻게 되었는지 말씀드리면 재미가 깨질테니까 말씀드리진 않겠습니다 ^^ (아 뭐 급반전 이런건 아니긴 한데 ㅎ;)
전 필립k딕의 단편 중에서 [도매가로 기억을 팝니다]와 [마이너리티 리포트]를 좋아해요. 둘 모두 아이러니한 상황을 참 재치있게 표현했다는 점에서 매우 좋아하는데, 영화는 하나같이 주제를 엿 바꿔 먹은 블록버스터가 되어버려서 ㅠ_ㅠ_ㅠ
Commented by 뭔산 at 2008/05/14 04:21
토탈리콜은 그래도 어린마음에 꽤 좋아했는데(솔직히 말하자면 지금도 좋아합니다. 하하하.) 마이너리티 리포트는 ... 시각적환상에 대한 충족만 좀 되더군요.
솔직히 말하자면 '도매가로 기억을 팝니다'하고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의 꿈을 꾸는가'는 아직도 못 읽어봤어요. ; ㅅ;//
그러고보면 영화화된 필립 K. 딕 작품들은 블레이드 러너 빼곤 거의 죽쑨것같네요..- ㅂ-.. 흥행은 그렇다쳐도 원작을 말아먹었거나 나사빠진 영화가 대부분이니.
Commented by dcdc at 2008/05/14 04:39
[도매가로 기억을 팝니다]는 그나마 단편집에 실려있어서 보기 쉬운데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의 꿈을 꾸는가]는 절판되어서 -_-; 학교 도서관에서나 겨우겨우 빌려보았지요. 근데 지금 감성에서 보기에는 좀 무리가 있지 않나 싶기도 했어요 ㅋ;
[토탈리콜]은 물론 멋진 영화긴 한데 [도매가로 기억을 팝니다]의 센스가 워낙 강렬해서 ^^; 굳이 비유하자면 개그프로 사모님을 하드보일드 느와르물로 바꾼 그런 느낌이라 아쉬웠달까요! (아...근데 사모님을 진짜 하드보일드 느와르로 바꿈 재밌겠다;)
Commented by 뭔산 at 2008/05/14 05:27
음? 단편집? 이라고 생각하던 도중에.
단편집에 '도매가로 기억을 팝니다'가 들어있었던 기억이 쏟아지는군요.
아놔.. 아직 30도 안됐는데 조기치매가 오려나. ; ㅁ;.. 미쿡산 쇠고기 안먹었는데..
아무튼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의 꿈을 꾸는가'는 .. 도서관 뒤져보고 안나오면 원판텍스트라도 구해봐야겠어요.
, 하긴 좀 된 텍스트들은 지금 보기엔 왠지 소름돋는 문체인게 좀 있더라구요. 아이작 아시모프의 로봇도 그렇고.. 근데 사모님을 하드보일드 느와르물로 바꾸면 몇회 못나가서 운전수든 사모님이든 사장님이든 아무튼 살해당하고 끝나버리는거 아닌가요? (......).
Commented by dcdc at 2008/05/14 06:02
김기사가 사장님 회사네 노조에 쳐들어가서 사모님을 만나려하는데 알고보니 사실 김기사는 노조와 사모님을 처단하기 위해 사장님의 최면술로 만들어진 거짓인격이(...전혀 핟보일드가 아닌데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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