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콕] 혁신이 아닌 현실에서.

 
 초인적 능력에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독특한 성격을 겸비한 슈퍼 히어로 '핸콕(윌 스미스)'. 그는 위험에 처한 사람들을 도와주는 슈퍼 히어로지만 과격하고 예측 불가능한 행동으로 사람들에게 까칠한 슈퍼 히어로로 낙인 찍힌다. 사람들의 기피대상 1호로 떠오른 핸콕은 어느 날, PR 전문가 레이 엠브레이(제이슨 베이트먼)의 목숨을 구하게 되고, 그는 핸콕의 추락하는 이미지를 회복시켜 주기로 약속한다.-네이버에서 수정.

 요즘 개봉되는 헐리웃 영화를 은근 챙겨보는 중입니다. 작년 말부터 이어지던-씨네21에서도 지적하던-헐리웃의 변화라는 것이 일시적인가 아니면 하나의 큰 흐름으로 형성되고 있나 긍정도 부정도 못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뭐 부정 쪽에 더 가까울 수밖에 없는 것 같기는 합니다만 아직 좀 기대를 ^^; [아이언맨]은 유의미하다고 보지만 [인크레더블 헐크]는 애매하고, [인디아나 존스]는 그렇다쳐도 [스피드 레이서]는 확인해보지를 못했고요.

 [핸콕]이 여기서 유의미하다고 보기는 힘들 것 같아요. '흑인이 히어로다!'는 것은 새삼스러운 시대고. '히어로가 성격이 지랄 맞아!'하는 것도 물론이고. 그나마 좀 독특한 것은 필살기-인간똥침-정도? 더욱이 작품의 결말이 결국 권선징악과 가정으로의 복귀 정도 잖아요? 정의사회의 구현을 하나의 영웅, 개인의 양심에 모두 걸어버린다는 것 역시 마찬가지구요.

 핸콕은 '까칠한 초인'은 아닙니다. 그냥 사람 대하는 것이 익숙치 않은 한 남자가 초인으로 자각할 뿐이지요. 많은 사람들이 초반의 그의 모습에만 매력을 느끼는 것도 여기에 대한 광고에 속았기 때문-_-;으로 보입니다. 그가 성장하는 모습은 사실 그의 매력이 거세되는 점이기도하고, 그런 점에서 결국 그의 까칠한 점은 그의 진정한 매력으로 보기 힘듭니다. [핸콕]의 매력은 혁신에 있지 않습니다.

 영화가 보여주는 재미는 '초인'으로서의 행콕에 대한 세심한 묘사에 이미 충분히 담겨있습니다. 추락을 연장하는 듯한 그의 비행법이라든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달리는 열차를 들이박고도 멀뚱멀뚱 서 있는 모습이라든가. 행콕이 초인으로서 보여주는 기적들은 하나같이 아무렇지도 않게 다루어집니다. 사람들은 행콕이 이룩하고 망쳐놓은 것들에 히스테리를 부릴 뿐입니다. '아 그러니까 그런 정책은 그만두라고!'라는 식으로 외치는 사람들처럼요. 술집에서 핸콕이 한잔 할 때도 주변 시선은 곱지 않습니다. 그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입술만 뾰죽히 내밀고 있을 뿐이지만요.

 스파이더맨은 복면을 쓰고 다니며 친구들에게 자신의 정체를 밝히지 않으려 노심초사하고 아이언맨은 하나의 홍보전략으로 자신의 정체를 광고하지만 핸콕은 다릅니다. 그는 처음부터 핸콕이었으며 그가 잊었던 자신의 정체를 알고 난 후에도 핸콕입니다. 평범한 인간과 기적의 초인의 두 가면을 헤매는 기존 영웅과는 달리 핸콕은 가면이나 수트를 벗지 않아도 언제나 핸콕입니다. 이는 초인, 영웅이라는 한 인물을 우리 범인들이 받아들이는, 초인의 내면 블라블라가 아닌 초인 그 자체를 친구로 만나는 가장 중요한 뿌리입니다. 우리는 구태여 초인을 우리가 있는 곳으로 끌어내리지 않더라도 충분히 그들과 친구가 될 수 있습니다.

 [핸콕]이 현실성을 얻는 지점은, 매력이 생겨나는 지점은 바로 이곳입니다. [핸콕]에서 어떤 두드러지는 구조나 주제의 혁신을 발견하기는 의외로 어렵습니다. 이런 혁신을 기대하고 갔다가는 오히려 당황하시기 쉬울 것 같아요. 다만 초인의 가면 뒤를 보겠다거나 그들에게도 일상이 있다거나 하는 식의, 파파라치들이 스타를 따라다니며 양산해내는 가쉽성 묘사보다 이런 단적인 드라마가 오히려 더 신선하고 현실적으로 여겨지는 시기가 온 것이지요. 우리가 [우리 결혼했어요]를 동경하면서도 [스포트라이트]에 더 이입하는 것도 다 이런 이유 아니겠어요 ^^?


덧//
저랑 제 친구들만 재밌게 본 것이 아닌가 싶군요 ㅎ 전 사실 액션면에서도 [아이언맨]이나 [헐크]보다 좋았어요. '초인'만이 보여줄 수 있는 액션을 잘 보여줬다고 생각하거든요. 거대한 건축물이나 생물을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제 멋대로 다루는 그 모습은 기존의 초인들에게서는 집중되서 보여지는 액션이 아니었으니까요.

덧2//
[우리 결혼했어요]도 [스포트라이트]도 본 적은 몇 번 없습니다, 으하하; 그나마 요즘 제가 아는 방송이 이거 두개밖에 없어서; [무한도전]은 여기 예시로 쓸 수는 없을 것 같고 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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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cdc | 2008/07/06 23:21 | 내가 사랑한 B급-영화 | 트랙백(1)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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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13월의 혁명자 로오나.. at 2008/07/07 09:02

제목 : 핸콕 - 우리 곁의 일상으로 존재하는 슈퍼히어로. ..
심야로 보고 왔습니다.(오늘 말고;) 심야인데도 불구하고 사람이 꽤 많더군요. 대학생들이 방학해서 그런가^^; 개봉 후 꽤나 호평과 혹평이 나뉘고 있는 핸콕입니다. 원티드도 그렇고 요즘 논란이 많은 영화를 많이 보게 되는군요. 저는 무척 재미있게 봤습니다. 짧은 런닝타임이 아쉬울 정도로요. 생각해보니 윌스미스 영화 중에는 맨인블랙2가 이렇지 않았던가. 요즘 블록버스터치고 90분은 너무 짧아요. 아동용 애니메이션도 아닌데 예의상 100분은 ......more

Commented at 2008/07/07 01:07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로오나 at 2008/07/07 09:02
핸콕의 매력은 역시 일상성에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Commented by 나르사스 at 2008/07/07 10:38
저는 핸콕이 슈퍼 히어로가 되면서 작품이 망가져간다고 생각했습니다.
처음에는 아주 좋았는데 말이죠.
Commented by 마른미역 at 2008/07/08 00:59
중반까지 좋았는데, 아줌마가 핸콕을 집어던지면서부터는 ;ㅁ;
Commented by 작은시다모 at 2008/07/08 11:35
저도 그 중반까지가 딱 좋더라구요...역시나 보는 깊이가 다르시군요. ㅜㅜ
Commented by dcdc at 2008/07/09 12:33
비공개//니가 쏴.
로오나님//그렇지요. 아무렇지도 않게 왕따 주동자 소년을 던졌다 놓았다 하는 그런(...)
나르사스님, 마른미역님, 작은시다모님//광고는 확실히 낚시 ^^; 제가 생각해도 핸콕은 까칠한 초인은 아니예요. 저야 뭐 광고는 애초에 보지도 않고 그냥 보러 갔던 차라 기대치도 낮고 해서 즐겁게 봤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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