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7월 24일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하루 한번, 티타임.

1권을 읽는데 꼬박 3주가 걸렸네요. 아예 책을 손에 잡지 않은 날도 있고 하루 20페이지 읽은 날도 있고, 결국 20여일에 걸쳐서 겨우 한권을 끝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책에 대한 제 강박에도 불구하고 전혀 답답하지가 않았답니다. 점심식사가 끝나고, 살짝 달콤한 과자 두조각과 차 한잔을 마시는 시간을 가질 때 '우헤헤 나 짜장면 세그릇에 짬뽕 한그릇 탕수육 한접시 먹었다 우헤헤'하듯 '차 리필! 과자 리필! 차 백잔! 과자 백개!'이러지 않듯이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읽는 방법도 매한가지 같아요.
그렇게 티타임을 갖는 느낌으로 책을 읽다보니 책내용만큼 사치스러운 나날을 보내는 것 같아 과소비의 쾌감을 느끼기도 한답니다. 지하철에 앉아 약속장소/학교로 가는 도중에 짬짬이만 읽고 있는데, 도무지 과식은 못하겠고 거기다 세미나니 강좌니 자습이니 읽어야 할 책이 산더미처럼 쌓인 마당에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 올인할 수는 없겠더라고요. 하지만 그 올인할 수 없는 와중 짬짬이 읽는 것이 오히려 이 책의 맛을 더 부각시키네요. 빈 속에 차를 벌컥벌컥 들이키는 것보다 코스 한바퀴 돌고 디저트와 함께 차를 홀짝이는 것이 훨씬 더 고급스럽잖아요?
이제 10권 남았습니다. 1권이랑 똑같은 속도로 읽는다고 치면, 또 방학이 끝나 더 더뎌질 것을 생각하면 오싹해지기도 합니다만 이 도전 아닌 도전이 기대되는 것은 사실이네요. 무협지 읽는 속도로 파바박 읽으면 다른 책들에 도전할 기회가 늘어나긴 하겠지만 또 그렇게 읽고 싶지도 않고. 그래서 교수님이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같이 진도 맞춰서 읽자고 하셨던 것에 아직까지 답변을 안드리고 혼자 몰래 홀짝홀짝 보고 있답니다. (제가 미리 진도 안 빼놓으면 교수님이 삽시간에 추월하실 듯도 해서 -_-;) 길고 긴, 장식적이면서 과잉된 문장을 한줄 한줄 음미하며 읽으니 내년 여름까지 가방에 넣을 책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
덧//
니노공주님이 조언하시길 다 읽고 자신에게 상을 주라고, 자기는 통닭 한마리 자기한테 사줬다고 했는데 한참 까마득하니 뭘 상으로 줘야할 지도 모르겠군요. wii를 사주고 싶은데 돈이 없다능.
덧2//
그나저나 이 책을 읽으니 니노공주가 왜 니노공주인지를 알겠어요. 어쩌다 이 사람이 니노공주라는 지위에 오르게 되었는지 정말 흥겹게 읽히고 있네요. 어쩜 책을 읽으면서 니노공주 생각이 나는지 ㅎㅎㅎ 프루스트를 읽는다는 생각보다 니노공주를 읽는다는 생각이 들 정도네요 :)
덧3//
우디 앨런처럼 [젤리그] 마지막에서 '요즘 [백경]을 읽기 시작했어요.'라고 말하는 기분입니다. 부끄려.
# by | 2008/07/24 14:11 | 내가 사랑한 B급-도서 | 트랙백 | 핑백(1) | 덧글(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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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다면 풍요로웠다고 대답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풍요의 증거물로는 당연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다 읽었다는 제 개인적 사건을 꼽아주겠습니다. 네, 작년 7월의 어느 날 읽기 시작한 이 기나긴 시간에 대한 물리학적 고찰을 담은 커다란 이야기를 이제야-마침내 완독하였습니다. 오늘에서야 결국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 ... more
그냥 휘딱 쓱쓱 읽고나서 나중에 불현듯 접혀있던 과거처럼 기억이 나는 것도 좋지 않겠습니까.
니아브님//그게 이 포스팅의 핵심이죠.
근엄자님//문장이 아까워서 그게 안되는군요 ㅎ;
스완네서 한 문장 "질베르트가 어찌나 아름답게 보였던지, 나는 되돌아가서 어깨를 으쓱 추켜세우면서 '참말 묘하게 생겨 먹은 밉상이구나, 보고 있자니 메스껍구나!'하고 외치고 싶었다." 나의 모든 우정을 보내며 당신의 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