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0월 25일
[똥파리] 죽어도 끝나지 않는다.

영화는 욕설과 폭력으로 가득합니다. 새삼스러운 이야기지만 모두 약자들의 것입니다. 강자는 욕설과 폭력의 주체가 아닙니다. 그들이 그럴 필요가 있을 때에는 상훈과 같은 용역업자들, 약자들을 고용할 뿐이니까요. 약자는 고맙다는 감사도 미안하다는 사과도 하지 못합니다. 무엇이 자신을 헤치려는 의도인지도 모르고 빚을 졌다가 다시 된통 당할 지도 모른다는 기우 때문입니다. 작품에서 모든 감정의 소통이 '돈'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은 그런 탓입니다. 모든 감정은 그저 '내가 그래도 돈은 줬다'의 어설픈 표현에서 그칩니다.
약자들의 가정은 그래서 무섭습니다. 그들에게 가족은 믿음의 대상이 아닙니다. 하지만 가족을 떠날 수는 없습니다. 관성과 돈 때문입니다. 안식의 공간이면서 안식의 공간이 아니기에 악순환은 반복됩니다. 저 저주할, 주먹으로 갈겨버리고 싶은, 칼로 내장을 훑고 싶은 인물이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한 공간 한 세월 같이 할 존재라는 것은 참으로 지옥입니다. [똥파리]는 그 지옥도에 대하여 거칠고 거칠게, 하나의 부정 없는 현실을 그려냅니다.
**좀 큰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어떤 화해라 할 수 있는, 카타르시스라 할 수 있는 장면이 지나간 후 영화는 지리멸렬하게 이어집니다. 보는 이들은 당혹스러워집니다. 폭력의 주체들은 용서도 화해도 하지 않지만 그 반대도 아닌 어정쩡한 상황에 처해집니다. 나 오늘 손 씻어. 깡패짓 안 해. 드디어 아르바이트 비를 받았어. 전쟁영화면 얘를 죽이고 싶어 환장했을 때 나오는 장면이구나 했는데 진짜 죽여버립니다.
그리고 이 갑작스러운 신파로 이 영화는 다른 영화보다 한 걸음 더 위대해집니다. 거꾸로 말한 것이 아닙니다. 전형의 전형적인 장면이 끝나고, 새 삶을 살겠다는 상훈은 가장 중요한 순간에, 이보다 더 뻔할 수 없는 순간에 뒈집니다. 이 죽음은 희생양의 죽음입니다. 제의의 죽음입니다. 이 죽음으로 욕설과 저주를 내뱉던 인물들은 한 자리에 모여 같이 목 놓아 울고 어느 겨울날 다시 모여 살풋 고기를 구워 먹으며 '저 미성년이라 술 못 마셔요'같은 예의를 차릴 수 있는 자격을 얻습니다.
위의 이야기에 덧붙이겠습니다. 그 신파가 위대해진 이유는 영화가 그 신파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기 때문입니다. 상훈은 죽고 모든 악몽이 끝났다고 생각할 무렵, 상훈이 피를 다 뽑아버렸다고 믿을 무렵, 연희는 발견합니다. 또 하나의 상훈이라고 해도 좋고, 애초에 상훈이 죽지 않았다는 사실이라고 해도 좋습니다. 폭력과 욕설과 약자는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상훈이 죽고 상훈을 죽여도 아무 것도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말그대로 '죽어도 끝나지 않습니다'. 상훈을 죽인 사람들은 여전히 상훈 그대로입니다. 가족은 영원한 지옥입니다.
덧//
영화 볼 때 많이 힘들었습니다.
덧2//
감독과의 대화 시간에는 위와 다른 식의, 변화와 성찰의 이야기라고 감독님이 말씀하셨지만 이런 곳에서는 감독말 믿는 사람이 바보죠(...). 작품 내의 이미지와 갭이 커서 많이 재밌었습니다 히히. 김꽃비 양도 너무 예뻤...♡ 자중하겠습니다.
덧3//
김꽃비 양에 대한 무조건적인 선호로 보지도 않은 영화를 추천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는데, 아쉽습니다. 그냥 추천드릴 걸. 영화 참 재밌고 유익합니다. 가족영화제라는 타이틀에 가장 잘 어울리는 영화라고 봅니다. 3월에 개봉할 예정...인...듯 하니?; 27일 가족영화제에 가서 보시지 못할 분들이라도 그 때 :)
# by | 2008/10/25 11:46 | 내가 사랑한 김 꽃비♡ | 트랙백(2) | 핑백(2)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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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영화 (똥파리 / 모스크바 벨기에 / 도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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