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2월 28일
2008년 읽은 책 베스트5
0.
오고야 말았어. 오고야 말았습니다. 그러길래 블로그에서 뭐 아는척 좀 하지 말자고 그렇게 다짐해놓고서는-!;; 제가 '이분이 이글루스에서 활동하지 않으셔서 다행이다' 싶은 블로거 1순위 capcold님에게 바통을 받아 2008년 읽은 책 베스트5를 적어보기로 하겠습니다. 이분이 왜 이글루스를 하면 안되냐면 이 블로그에 포스팅 올라올 때마다 제가 이오공감에 추천할 것 같아서. 커밍아웃하자면 전 1학년 때는 암것도 모르고 2학년 때 조금 찌끄레기들 핥아먹다가 3학년 때 학생회 하느라 책 안 읽고 4학년 때 그나마 좀 읽으려다 하반기에 사춘기 크리로 잠수탄 찌질이라...그러니 '글 읽는 수준 한번 참 고만고만하다'싶어도 이해해 주시길 OTL capcold님한테 바통을 받으니 너무 영광시런 일이라 쪽팔리면서도 안 쓰고 넘어갈 수가 없네요.
1.
[칼맑스 프리드리히엥겔스 저작선집 1] 이걸 4학년 때 읽는다는건 늦어도 한참 늦은 것 아닐까...어쨌든 졸업하기 전에 꼭 맑스를 제대로 읽고 넘어가고 싶어서 ^^; 그냥 읽은 것은 아니고 연구공간 수유+너머에서 맑스 강좌를 하는 것과 병행해서 읽었습니다. 언제 한번 정리해야지 싶은데 다 까먹었...아 쩐다 진짜...저는 학교에서 워낙 독고다이로 놀아서 선배들한테 예쁨 받으면서 읽은 것도 아니고 그냥 혼자 강좌 다니고 그러면서 살았답니다. 인문학을 하는 사람으로서 맑스는 도무지 피해갈 수 없는 영역이라고 생각합니다만-아니 너무 당연한 얘기를 뻔뻔히 내 생각처럼 말하네-. 아, 니노공주가 '롤랑 바르뜨의 문장을 읽으면 발기가 된다'라고 그랬는데 나를 발기시킬 수 있는 문장은 맑스의 문장이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진짜로 한다는 얘기는 아니니까 저한테 전화로 '만국의 프롤레타리아여, 단결하라! 하악하악!'하셔도 소용 없습니다.
2.
[코뮤니즘 선언] 링크 누르시면 아시겠지만 2007년 수유+너머에서 쓴 책이지 옛날책 아닙니다. 이 리스트에 집어넣으려고 오늘 부랴부랴 읽음(...). 아직 다 못읽었음(...). 이거 다 읽고 [맑스주의와 근대성]을 읽고 [사회구성체론과 사회과학방법론]을 읽을 생각인데 어떻게 된게 딱 10년씩 끊어서 과거로 회귀하냐(...) 어쨌든 촛불집회를 다니면서 '이제는 어떻게 연대할 것이냐', '민주주의 2.0이라는 개념에 맞추어 얼마나 내가 재미나게 놀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 고민하면서 여기에 관련한 이론적 공부가 하고 싶었는데 딱 알맞는 텍스트라고 생각합니다. 6월에 읽었던 텍스트는 [아무도 기획하지 않는 자유]긴 했지만. '뭐이? 코뮤니즘 선언? 이 새끼 전체주의자구만, 진보적인 지식인 김제동 깔 때부터 알아봤어!'하는 분들은 전혀 그런 텍스트 아니니 돌 내려놓으시길. 오늘 들고간 책 중에는 슬라보예 지젝의 [혁명이 다가온다]도 있었는데 이건 아무래도 러시아혁명사를 먼저 공부해두지 않는한 이해에 한계가 있을 것 같아서 서문만 읽고 땡했습니다.
3.
[실재의 윤리] 올해 초 벽에 머리 박아가며 읽은 책. 어렵습니다. 진짜 눈물나게 어렵습니다. 벽에 박치기하면서 '아 ㅆㅂ 난 왜이리 멍청할까' 울면서 읽었습니다. 하지만 가장 남는게 많았던 책이기도 합니다. 라캉이론으로 칸트의 윤리에 대한 독해를 하는 책인데,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그나마 기억하고 있는 부분이라고 읽으셔도 무방;-초자아에 대한 설명 부분과 오이디푸스에 대한 뒤집기 식 해석. 그리고 가장 핵심적인 이야기인 '자신이 신의 사도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자신이 신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보다 위험한 인물이다'라는 부분. 이 이유는 신의 사도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이것은 신의 의지기 때문이다'라면서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지지않으려고 하는 반면 자신이 신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모든 사건 모든 과오가 자신의 책임으로 여겨지기 때문입니(인 것 같습니)다. 올해 쓴 [추격자]의 리뷰는 이 책을 읽고난 후 연장선상으로 쓴 글이기도 합니다.
4.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남자의 성 여자의 성 ] 라깡 이론 입문서. 프로이트와 비교해주는 것이나 사례 설명이나 정말이지 너무나도 친절하고 상세하고 명쾌해서 요즘 누가 라깡 입문에 뭐 추천해달라고 하면 이거 추천해주고 다닙니다. 올해는 라깡 입문서만 줄창 읽었는데-[라깡 읽기]나 [욕망의 전복]이나 [라깡의 재탄생]이나;- 그 중 최고. [성관계는 없다]보다 훨씬 더 이해하기 쉽게 남녀관계의 불가능성 부분에 대한 설명이 나와있습니다. 홍준기씨 책은 다 읽어봐야 할 텐데...솔직히 라깡 입문서는 느낌이 책마다 결론이 다른 느낌이라(...) 그냥 홍준기씨 저서만 다 파는 것이 속 편하지 않을까 뭐 그런 고민을 하고 있답니다. 머리가 나쁘면 머리도 몸도 다 고생;
5.
[동물화하는 포스트모던] 오타쿠를 현대철학을 통해 분석한 책. 이번 학기에 이 책과 관련해서 논문 한편 썼으니 할 말 없음. 2학기는 '어떻게 오타쿠짓을 하는가'에 대한 고민을 했던 시기이기도 했습니다. 공공예술이니 팝아트니 다 엿먹어라 대세는 오타쿠 하츠네 미쿠임 ㄳㄳ 뭐 이런 글 쓰고 앉았던 학기기 때문에(...). 저는 제가 2세대 오타쿠와 3세대 오타쿠 사이에 낀 세대로 인식하고 있는데, (굳이 설명하라면 나디아 세대랑 에바 세대 사이?;) 어쨌든 대세는 3세대니까. 요즘 가장 몰두하고 있는 부분은 가라타니 고진이 [근대문학의 종언]에서 근대문학이 기능하던 사회를 비판하거나 책임지는 부분이 사라졌다, 했던 지적에서 나아가 그 기능이 인터넷으로 옮겨온 것이 아니냐 이런 생각을 하고 있어서요. 결국 예술가들이 대중과의 소통을 원하지만 이젠 이미 대중 내부에서 예술적인 이런 현상들이 진행되고 있다 뭐 이런 이야기들.
덧//
'읽었다'랑 '이해했다'랑 다른 문제인거 아시죠 ^^?;;
덧2//
니노덕분에 재밌게 읽은 [카메라 루시다]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제외. [카메라 루시다]는 니노만큼 사랑하지는 못하니까.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결국 연내에 다 못읽고 말았으니까. 미안해요, 니노.
덧3//
제 성향이나 목표나 이런 것들이 뻔히 보이는 리스트군요. 거기다 깊이 없음마저도 아주 잘 보인다 -_-; 대학원 가고 싶어하는 놈이 읽은 책이든 공부량이든 뭐 이렇게 좆도 없냐 이런 열폭으로 2학기 동안 정말 괴로웠기 때문에 리스트 적기도 두려웠는데 오늘 억지로 한권 읽어서(...) 괴로움에서 도피했습니다 핫핫핫.
덧4//
2번에서 그 고민의 실천은 '진짜 사랑회'였지요 :)
# by | 2008/12/28 21:50 | 내가 사랑한 B급-도서 | 트랙백 | 덧글(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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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캉/라깡 소리만 나오면 피터지는 전투가 벌어지는것을 보아와서 한번 읽어봐야겠다고 생각만 하고 쓸데없는 책만 잔뜩 읽었었습니다.. ;)
"그녀가 여러 면위에서 성장하고, 지나간 숱한 나날들을 내포한다는 그 아름다움에서, 가슴을 에는 듯한 그 무엇이 느껴졌다. 그러자 장밋빛으로 물든 그 얼굴 밑에, 심연처럼, 내가 아직 알베르틴을 모르던 때의 여러 저녁의 끝없는 공간이 숨어있음을 감촉하였다." - <갇힌 여인> 중
라캉주의 성차이론은 프루스트형이 다 해놓은 것 아닐까요? dcdc님의 재도전을 기원합니다.
저처럼 이렇게 똥폼 잡을 수도 있고요, 수만번 우려먹을 수도 있어요. :)
그런데 삶에 별 도움은 안 돼요! 저는 도움 되는 마르크스형을 읽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