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다 읽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프루스트의 개정 번역판이 나왔다. [지난 날의 회상]이었던 제목이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란 제목으로 바뀌어 있었다. 새 제목은 원제목인 [A La Recherche du Temps Perdu]에 그런대로 충실한 편이었지만 여전히 'perdu'가 뜻하는 뉘앙스는 제대로 살리지 못한 느낌이 들었다. 그 단어에는 단순히 '잃다'는 뜻 뿐만 아니라 '파멸한', '영락한', '황폐한', '빼앗긴', '좌절한' 등의 뜻까지 담겨있다.-[재미난 집]의 나레이션에서.

 어느 할 일 없는 누군가가 제게 대학시절이 어땠냐는 질문을 한다면 풍요로웠다고 대답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풍요의 증거물로는 당연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다 읽었다는 제 개인적 사건을 꼽아주겠습니다. 네, 작년 7월의 어느 날 읽기 시작한 이 기나긴 시간에 대한 물리학적 고찰을 담은 커다란 이야기를 이제야-마침내 완독하였습니다. 오늘에서야 결국에. 이 달 밝은 날에.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다 읽은 지금 떠오르는 것은 '이걸 언제 다시 한번 읽을까'입니다. 아무래도 프루스트에 대한 지식이나 역사적 사실, 논문 따위는 전혀 읽지 않은 채 그냥 무식하게 읽어나간 것에 대한 후회도 있고 도서관에서 빌린 책으로 읽느라 별다른 체크 없이 읽은 탓도 있고 무엇보다, 과연 제대로 읽었다고 할 수 있을까에 대해서는 매우 회의적이거든요. 다 읽었지, 다 정독한 것은 아니니까. 꼭 좋은 기회 만나서 제대로 다시 한번 읽어봤으면 합니다.

 그럴싸한 말을 해야 될 것 같은데 이미 저보다 앞서 정리한 훌륭한 사람들이 많을 텐데 제가 괜히 숟가락 올려 놓았다 비웃음 사고 싶지 않군요 ^^; '...어쨌든 사람들은 중년에 이르러서야 깨닫게 된다고들 한다. 이제는 절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같은 명작들을 읽지 못할 것이라고 말이다.' 역시 [재미난 집]에서 나온 이야기인데 그렇다면 아직 이 책을 읽고자, 시간 안에 자리한 인간을 알고자 하는 마음을 놓기 전까진 영원히 소년소녀로 남을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제대로 된 감상은 다시금 완독할 그 날에 쓰도록 하겠습니다 :)


덧//
내가 완독하면 프루스트 낭독회, 프루스트 요약 경연대회를 열 생각이라던 니노, 준비하죠 ㅋ

덧2//
어디 가서 자랑거리 하나 생겼네요 하하

by dcdc | 2009/09/05 22:12 | 내가 사랑한 B급-도서 | 트랙백 | 덧글(16)

트랙백 주소 : http://dcdc.egloos.com/tb/5061946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Commented by 환자 at 2009/09/05 23:25
우와 진짜 축하해! 난 20번 정도는 도전했는데 전부 3~6권에서 좌절했었지. 진짜 대단하다!
Commented by dcdc at 2009/09/05 23:27
그 대가로 다른 책은 전혀 못 읽었으니까 대단한 거라고 할 수는 없지 하하하 OTL
Commented by 환자 at 2009/09/05 23:28
근데 써놓고 보니 나... 1,2,3 권은 20번씩은 읽은 셈이네 -_-;
Commented by dcdc at 2009/09/05 23:29
그게 더 대단한 것 같아;;
Commented by 환자 at 2009/09/05 23:30
3 x 20 = 60. 이 무슨;;;
Commented by dcdc at 2009/09/05 23:32
내가 판타지 소설이나 그렇게 읽어봤건만 OTL
Commented by 니노치카 at 2009/09/06 00:28
축하합니다. 확실히 이건 자랑거리가 될 만합니다! 상으로 하루만 책 외에 다른 것으로 시간을 낭비하세요. 프루스트 학습은 항상 고민 중에 있습니다.
참 어느 누군가의 요약: "마르셀이 작가가 되기로 결심하다!"
Commented by dcdc at 2009/09/06 00:31
으악 ㅋㅋㅋ 그 요약 참 잔인합니다!!!!
Commented by 라임 at 2009/09/06 13:49
내 주변에서 완독에 성공한 첫 번째 사람이 등장했군. 이건 뭐 에베레스트 등정도 아니건만 축하한다는 말이 절로 나오는구나
Commented by dcdc at 2009/09/06 13:55
완독한 느낌은, '야 이거 언제 다시 읽나' 하나밖에 없소 ㅋㅋㅋ 그러니까 뭐랄까 -_-; 난 한번으론 이 텍스트를 절대 완전히 소화 못하겠더라고;
Commented by 근엄자 at 2009/09/06 14:04
축하합니다. 사실 시중에 연구서도 많으니 그거 읽을때마다 다시 한번씩 읽고 싶어지실 거예요([프루스트와 기호들]처럼 캐주얼한 것도)....즉슨....우리 재독하기 계라도 만들어요.(...)
Commented by dcdc at 2009/09/06 14:09
다른 번역판이 나온다는 이야기를 듣고 새로 책이 나오면 그 책으로 한번 해볼까 싶기도 하답니다(...)
Commented by 수박겉핧기로 at 2009/09/07 09:06
수박겉핧기로 읽었겠죠
Commented by dcdc at 2009/09/07 14:00
야 너 맘에 든다 ㅋ
Commented by 국화 at 2009/09/07 20:40
24페이지에서 두절되고 56페이지에서 두절됬었는데 저도 언제 이 포스팅 올릴날이 오겠지요 ?
오랜만이에요 dcdc님 !
Commented by dcdc at 2009/09/07 20:42
오랜만입니다 :) 홍대 도서관 대여기간이 학부생이 3주인데 8권을 3번 연체했더랬지요(...) 국화님도 언젠가 이 포스팅을 쓰실 날이 오실 겁니다!!

:         :

:

비공개 덧글